상법 개정안 통과 시 기업에 무슨 일이? (다중대표소송, 감사위원, 주식시장 영향)
2025년 7월 국회 통과가 유력한 상법 개정안은 기업의 지배구조를 대대적으로 바꾸는 방향으로 설계되었습니다.
핵심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감사위원 선임 방식 개선 ▲소수주주권 확대입니다.
이 개정안은 대주주의 영향력을 제한하면서 소액주주의 권한을 넓히는 구조로, 장기적으로는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경영 불확실성과 소송 리스크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개정안의 주요 내용과 의미, 그리고 투자자 관점에서의 시사점을 정리합니다.
1.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자회사 이사도 책임지는 시대
다중대표소송제란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의 책임을 직접 묻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입니다.
현행 상법은 자회사 경영진의 경영실패에 대해 자회사의 주주만이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어, 총수일가가 지배하는 자회사 구조에서는 책임 회피의 구조로 악용될 소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개정안이 통과되면, 모회사의 1%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는 자회사 이사의 불법행위에 대해 직접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대기업 집단 내 책임의 외주화 방지, 즉 지배주주와 경영진의 책임 강화로 이어집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SK케미칼의 환경 이슈나, 계열사 투자 실패에서 모회사인 SK(주)의 주주가 자회사 경영진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구조가 되는 것입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이미 다중대표소송제도를 일부 운영 중이며, 우리나라도 이를 도입함으로써 기업지배구조의 국제적 기준에 맞춰가는 조치가 될 것입니다.
2. 감사위원 선임 구조 개편: 대주주 견제 장치 도입
현행 상법은 상장회사가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전체 이사 중 감사위원을 포함하는 구조로 투표가 진행되지만, 대주주가 과도하게 지배력을 행사할 경우 소액주주의 의견이 반영되기 어렵다는 문제가 지적되어 왔습니다.
이에 개정안은 감사위원 선임 시 1인 이상은 별도 선임하고, 대주주는 10%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구조를 도입했습니다. 이는 감사위원회 구성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기업의 회계감사·재무투명성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 조치는 특히 외국인 투자자에게 긍정적입니다. MSCI 등 글로벌 투자지수에서 기업지배구조는 주요 평가 항목이기 때문에,
감사위원 선임의 투명성이 확보되면 외국인 자본의 유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3. 소수주주권 행사 요건 완화: 작은 지분도 목소리를 낸다
상법 개정안은 소수주주의 주주제안권, 이사 해임권 등의 행사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을 포함합니다.
기존에는 상장회사의 경우 6개월 이상 보유한 1% 이상의 주식이 있어야 주주제안을 할 수 있었지만, 개정 후에는 이 요건이 대폭 완화되어 보다 많은 소액주주가 이사회에 참여하거나 의견을 제출할 수 있게 됩니다. 이로 인해, 행동주의 펀드나 ESG 기반 투자자들이 단순 투자자에서 실제 이사회 안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경영진의 책임경영을 촉구하거나 배당정책 개선, 자사주 소각 등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주주 친화적 정책이 확산될 수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늘어날 수 있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기업 운영의 투명성 확보와 주가 안정성 강화로 이어지는 긍정적 변화로 해석됩니다.
4. 상법 개정안, 주식시장에 호재일 수 있는 이유
이번 개정안은 기업에 대한 외부 견제 강화를 통해 총수 중심 폐쇄형 구조에서 투명경영 중심 구조로의 전환을 유도합니다.
이는 주식시장에서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 외국인 투자자 유입 가능성 증가
글로벌 ESG 펀드, 연기금 등은 지배구조 개선이 수반된 기업에 우선적으로 투자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번 개정안은 그 요건을 충족하는 방향입니다. -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 효과
그동안 총수 리스크·불투명한 이사회 운영 등으로 저평가된 기업들의
PBR(주가순자산비율), PER 등 밸류에이션이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 주주친화정책 확산 기대
지배구조 개선은 이사회 구조 개편,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등의 직접적 주가 상승 요인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5. 모든 기업에 좋은 소식은 아니다: 잠재 리스크도 있다
그러나 모든 기업에게 이 개정안이 무조건 호재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단기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리스크 요인이 존재합니다.
- 경영 안정성 저하: 이사회 결정이 외부 간섭에 노출되며 의사결정 속도 저하 가능
- 자회사 경영 간섭 우려: 다중대표소송이 남용되면 자회사 이사의 독립적 판단 어려워짐
- 소송 리스크 증가: 행동주의 펀드의 과도한 경영 간섭 가능성
- 기업 비용 증가: 이사회 방어, 법무대응, IR 강화 등 간접비용 상승
특히 지배구조가 복잡하거나 순환출자 구조를 가진 대기업 계열사들은 단기적인 주가 변동성과 대응 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 기업은 개정안의 적용을 최소화하거나 이사회 구조 조정을 선제적으로 시행할 수도 있습니다.
✅ 지배구조 개혁은 시작됐다, 기회와 리스크를 동시에 읽어야
2025년 상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이는 단순한 법률 변경이 아니라 한국 자본시장의 체질을 바꾸는 제도적 개혁이 될 수 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는 혼란과 리스크를, 장기적으로는 기업가치 상승과 외국인 투자 증가라는 양면적 효과를 모두 고려해야 합니다. 기업 경영자와 이사회는 책임과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해야 하며, 소액주주 역시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환경이 열리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누가 먼저 준비하고, 누가 먼저 적응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