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과학책을 넘어, 인간의 본성과 질서에 대한 집착, 그리고 삶의 혼돈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깊은 철학적 통찰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특히 최근 국내 여러 고등학교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며,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세상을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싶은 청소년,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고 싶은 성인, 질서와 기준에 얽매인 삶에 지친 모든 사람들에게 깊은 사유의 시간을 선물합니다. 혼돈 속에서 나만의 기준을 세우고자 하는 분들께 특히 추천드립니다.
이 글에서는 이 책을 왜 지금 읽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분들이 읽으면 더 큰 공감을 얻을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실용 심리학: 질서에 대한 인간의 집착
질서와 카테고리에 대한 인간의 집착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 질문에 대해 과학적 사례를 통해 깊이 있게 접근합니다. 이 책은 미국의 생물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그는 수천 종의 물고기를 분류하고 이름을 붙인 인물입니다. 하지만 책의 제목처럼, 우리가 물고기라고 부르는 분류 자체가 과학적으로 무의미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인간이 믿어왔던 ‘질서’라는 개념은 도전을 받게 됩니다.
감정 조절: 혼란을 받아들이는 법
이 책이 전달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메시지는 ‘혼돈과 감정’입니다. 질서가 무너졌을 때 사람은 본능적으로 혼란을 느끼고, 감정적으로도 불안정해질 수 있습니다. 작가 룰루 밀러는 자신의 인생에서 겪은 여러 혼돈—아버지의 커밍아웃, 연인의 배신, 정신적인 방황—을 바탕으로 이 책을 집필하며 치유의 시간을 가졌다고 고백합니다. 그녀는 “질서가 무너졌을 때 비로소 진실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고통의 의미: 실패와 상실을 바라보는 시선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가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고통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흔히 실패나 상실을 피해야 할 부정적인 감정으로 인식합니다. 그러나 작가는 이를 ‘세계가 재편되는 순간’으로 정의합니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지진으로 인해 수천 종의 물고기 표본이 파괴되었을 때, 놀랍도록 빠르게 그 표본들을 다시 정리하려고 했습니다. 그는 무질서를 참아내지 못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작가는 이 장면에서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왜 그렇게 질서를 갈망하는가?” 고통을 피하려는 욕망은 결국 현실을 온전히 바라보지 못하게 만듭니다. 실패와 상실은 때로 우리가 붙잡고 있던 허상을 깨뜨리고, 새로운 시선을 열어주는 계기가 됩니다.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용기, 그리고 질서 너머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태도. 이 책은 그 모든 것을 담아냅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과학 이야기를 넘어서, 인간 내면과 사회 구조를 돌아보게 만드는 통합적 통찰을 제시하는 책입니다. 특히 오늘날처럼 기준과 평가가 일상을 지배하는 시대에, 이 책은 ‘무질서 속에서 피어나는 의미’를 조명합니다. 고등학생은 물론, 질서와 통제에 지친 모든 성인 독자분들께도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혼란 속에서 나만의 기준을 찾아가고 싶은 분이라면, 지금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