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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화가 기대되는 이유, 드래곤 길들이기의 스토리 힘

by hoho1010 2025. 4. 3.

 

드림웍스의 대표작, ‘드래곤 길들이기’가 실사판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이 영화 팬들 사이에서 화제다. 처음엔 ‘애니메이션이라서 가능했던 감동을 실사로 옮길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있었지만, 다시 천천히 시리즈를 정주행해보면 깨닫게 된다. 이 작품은 단순히 귀여운 드래곤이나 멋진 공중전만으로 사랑받은 게 아니었다. 핵심은 바로, 스토리 그 자체의 힘. 그래서 오늘은 ‘드래곤 길들이기’의 서사가 왜 특별했고, 그 스토리가 실사화에서도 충분히 빛을 발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드래곤 길들이기 포스터

“히컵과 투슬리스”라는 관계가 주는 감정의 깊이

히컵과 투슬리스의 관계는 단순한 우정을 넘어선다. 처음 두 존재는 서로에게 위협적인 존재였다. 히컵은 드래곤을 두려워했고, 투슬리스는 인간에게 경계심을 가진 존재였다. 하지만 히컵이 투슬리스를 해치지 않고 오히려 날개를 치료해주면서, 그 둘 사이엔 아주 조심스럽고 느린 연결이 시작된다. 이 연결은 어떤 화려한 사건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나무 위에 함께 앉아 시간을 보내고, 먹이를 나누고, 서로의 존재에 익숙해지는 일상 속에서 싹튼다. 그리고 마침내 투슬리스가 히컵의 손에 얼굴을 맡기는 장면, 그 조용한 순간이야말로 이 시리즈 전체를 대표하는 가장 감정적인 장면일지도 모른다.

이런 관계가 특별한 이유는, 둘 다 결핍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히컵은 공동체 안에서 소외된 존재였고, 투슬리스는 날개를 다쳐 날 수 없었다. 각자의 결핍을 채워주는 존재가 되어가며 그들은 진짜 친구가 된다.

그래서 이 관계는 단순히 “인간과 드래곤의 우정”이라는 판타지를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성장하는 인간적인 관계로까지 확장된다. 실사판에서도 이 정서만 제대로 살아난다면, 애니메이션 못지않은 울림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성장 이야기의 정석, 히컵이라는 캐릭터

히컵은 우리가 쉽게 만날 수 없는 주인공이다. 일반적인 히어로와는 거리가 멀다. 그는 힘이 세지도 않고, 전사로서 능력도 부족하다. 하지만 히컵은 그 부족함을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길을 만들어가는 인물이다.

시리즈 1편에서 그는 용을 이해하려 한다. 그게 사람들의 기대에 어긋나는 행동이라 해도, 그는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 이런 면은 어린이에게는 용기와 상상력을, 어른에게는 자기 확신과 책임을 다시금 떠올리게 만든다.

2편에서는 아버지를 잃고, 진정한 리더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리더십이란 큰 목소리나 무력이 아니라, 진심과 선택의 무게를 견디는 자세라는 걸 히컵은 천천히 배운다. 그리고 3편에서는 사랑하는 투슬리스와의 이별을 스스로 결정함으로써 한 인간으로서의 성장을 완성한다.

히컵의 여정은 단순히 나이 들어가는 과정이 아니다. 누군가의 자식에서, 친구로, 지도자로 변화해가는 모든 단계를 보여준다. 그래서 우리는 그의 성장을 응원하게 되고, 그 길에 감정적으로 함께하게 된다. 이런 복합적인 인물 서사가 실사로 구현된다면, 훨씬 더 진하고 깊은 울림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가족, 공동체, 공존… 생각보다 넓은 세계관

드래곤 길들이기는 보기엔 귀엽고 판타지스럽지만, 들여다보면 꽤 현실적인 주제를 다룬다. 특히 이 작품이 좋았던 이유 중 하나는 ‘우리’라는 공동체를 어떻게 그려내는지에 있다.

1편에서는 공동체와 다른 생각을 한다는 이유로 히컵이 배척받는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식대로 행동하고, 결국 마을 전체가 드래곤을 받아들이는 변화를 이끈다. 2편에서는 가족 간의 갈등과 화해, 3편에서는 ‘공존을 위해 이별을 선택해야 하는’ 현실적인 판단이 그려진다.

이런 서사가 단순히 캐릭터들의 감정선에만 머무르지 않고, 관객에게도 “나는 내 공동체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 점이 이 영화의 깊이감을 만든다.

또한 드래곤과 인간의 갈등은 현실의 다양한 차별이나 두려움을 상징하기도 한다. 다르다는 이유로 이해받지 못하는 존재들, 서로를 오해하는 모습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이 시리즈는 아이들에게는 상상력과 모험을, 어른들에게는 질문과 사유를 함께 건네는 작품이 된다.

실사화, 걱정보다는 기대가 앞서는 이유

‘드래곤 길들이기’를 실사화한다고 했을 때, 많은 팬들이 걱정부터 했다. CG로 구현되는 드래곤이 과연 투슬리스의 귀여움과 감정을 담아낼 수 있을까? 히컵의 미묘한 성장 서사를 실제 배우가 표현할 수 있을까?

하지만 시리즈를 다시 찬찬히 복기해보면, 이 작품의 진짜 힘은 비주얼이 아니라 이야기 자체에 있었다. 서툴고 외로운 소년이 드래곤을 만나 자신을 받아들이고, 세상과 맞서며 결국 어른이 되어가는 그 서사는 언제, 어떤 매체로 봐도 통하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늘 진심이 있었다. 이 작품은 관객을 감동시키기 위해 과장하지 않았고, 오히려 섬세하게 감정을 쌓아갔다. 실사화가 성공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그 ‘진심’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2025년 실사판이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는 아직 모르지만, 하나 확신할 수 있는 건 있다. 원작의 서사를 존중하고, 그 감정을 제대로 담아낸다면 ‘드래곤 길들이기’는 또 한 번 세대를 아우르는 명작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나는 걱정보다, 기대가 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