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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트라비아타 (베르디) – 비올레타의 삶과 죽음, 진정한 자유의 의미

by hoho1010 2025. 6. 3.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는 프랑스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동백꽃 여인』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1853년 초연 당시에는 스캔들과도 같은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왜냐하면 이 오페라의 주인공은 귀족 여인이 아니라, 사교계의 여인, 즉 창녀 출신의 여성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라 트라비아타》는 단지 신분이나 도덕을 논하는 오페라가 아니라, 자유를 갈망한 한 여성의 인간적 선택과, 진정한 사랑을 위한 희생을 이야기하는 작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라 트라비아타> 공연 스틸

줄거리 요약 – 비올레타의 사랑과 희생

파리의 화려한 사교계, 그 중심에는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성 비올레타 발레리가 있습니다. 파티에서 만난 청년 알프레도는 그녀에게 진심어린 사랑을 고백하며, 비올레타 역시 그 진실함에 마음을 열게 됩니다. 둘은 파리를 떠나 시골에서 조용한 동거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비올레타는 진정한 사랑과 평범한 삶의 기쁨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이 행복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알프레도의 아버지 조르지오 제르몽이 찾아와, 비올레타에게 둘의 관계를 정리해달라고 요청합니다. 그녀의 과거 때문에 딸의 혼인이 망가질 위기에 처했다는 이유였습니다. 비올레타는 큰 고뇌 끝에 알프레도 몰래 떠나고, 그는 그녀가 자신을 배신했다고 믿고 분노에 찬 채 복수심을 품습니다. 비극적인 재회는 무도회장에서 벌어집니다.
비올레타는 다른 남자의 곁에 있었고, 알프레도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녀를 모욕합니다. 그녀는 조용히 견디며, 여전히 그를 사랑하고 있음을 숨깁니다. 뒤늦게 아버지 제르몽은 진실을 아들에게 말하고, 알프레도는 비올레타를 찾아와 용서를 구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병으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결핵은 그녀의 몸을 서서히 무너뜨렸고, 알프레도가 돌아왔을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그녀는 사랑을 확인하고, 그 순간 세상을 떠납니다.

음악과 감정의 흐름 – 아리아로 그려낸 내면

《라 트라비아타》의 음악은 비올레타의 감정과 삶의 변화에 맞춰 극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베르디는 각막마다 다른 분위기와 박자, 조성을 사용하여 그녀의 내면을 음악으로 해석해냅니다. 1막에서 비올레타가 처음 사랑을 받아들이려 할 때 부르는 아리아
‘Ah, fors'è lui’(아, 어쩌면 그 사람이…)는 망설임과 설렘이 동시에 담긴 곡입니다.

“Ah, fors’è lui che l’anima solinga ne’ tumulti…”
“아, 어쩌면 그가 외로웠던 내 영혼을 진정시켜 줄 사람이었을지도…”

하지만 이어지는 아리아 ‘Sempre libera’(언제나 자유롭게)에서는 자신을 구속하는 사랑의 감정에 대한 거부가 폭발적으로 표현됩니다. 이 아리아는 고음과 장식적 선율이 난무하는 대표 소프라노 곡으로, 비올레타의 복잡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Sempre libera de’ gioir…”
“언제나 자유롭게 즐기며 살아가리라…”

 

2막에서는 조르지오 제르몽과 비올레타의 이중창이 깊은 감정으로 전개됩니다. 그녀가 사랑을 포기해야 하는 장면에서 음악은 극도로 절제되며, 고통과 결단이 동시에 담겨 있습니다. 3막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비올레타가 죽음을 앞두고 부르는 ‘Addio, del passato’(과거여 안녕)입니다. 이 곡은 그녀의 삶과 사랑에 대한 마지막 정리이자, 모든 것을 초월한 용서와 평화를 표현한 곡으로,
감정적으로 매우 섬세한 소프라노 아리아입니다.

“Addio, del passato bei sogni ridenti…”
“과거여, 안녕. 웃으며 꿈꾸던 나날들이여…”

 

베르디는 비올레타의 삶을 단순한 희생으로 그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녀가 인간으로서 선택한 자유,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을 사랑했던 사람을 위하는 감정을 음악적으로 풀어냈습니다.

감상 포인트 – 여주인공을 통해 사회를 비추다

《라 트라비아타》가 오페라사에서 특별한 이유는, 당시로선 파격적인 여주인공의 배경 때문만이 아닙니다. 비올레타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자신이 누구인지를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무엇보다도 진정한 사랑과 평범한 삶을 스스로 선택한 인물입니다. 그녀는 현실에 굴복한 것이 아니라, 사랑을 위해 더 넓은 시선을 가진 삶의 방식을 택했습니다. 베르디는 그런 그녀를 비극의 도구가 아닌
능동적인 주체로 그려냅니다. 음악적으로도 《라 트라비아타》는 매우 정교한 구성으로 비올레타의 내면을 따라가는 여정입니다.
그녀의 감정 곡선에 따라 음악이 고조되거나 낮아지고, 특히 1막의 경쾌함과 3막의 고요한 절망은 오페라 전체의 색채를 분명하게 나눕니다. 또한 이 작품은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방식에서도 성공했습니다. 그녀의 삶과 죽음은 그 시대의 사회적 시선, 성 역할, 자유와 도덕에 대한 질문을 지금까지도 유효하게 만들어줍니다.

사랑은 누가 소유할 수 있는가

《라 트라비아타》는 사랑이 무엇인지, 자유란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사랑은 감정만이 아니라, 선택이며 책임이라는 것. 자유란 사회로부터의 독립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정직해지는 것임을 비올레타는 자신의 삶으로 보여줍니다. 그녀는 세상이 정해둔 길을 따르지 않았고, 그 대가로 외로움과 죽음을 맞이했지만, 그 순간까지도 스스로를 속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죽음은 비극이 아니라 완성입니다. 《라 트라비아타》는 비올레타라는 인물을 통해 누구도 감히 말하지 못했던 여성의 삶을 음악으로 전하며, 그 메시지는 21세기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