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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터지는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

by hoho1010 2025. 3. 28.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는 단순한 멀티버스 SF가 아니다. 이 영화는 평행우주라는 과학적 개념을 바탕으로, 존재의 혼란과 감정의 소용돌이를 실험적인 연출로 풀어낸 전무후무한 작품이다. 영화 속 세계는 혼란스럽지만, 그 속엔 우리가 느끼는 불안과 정체성에 대한 진심이 담겨 있다. 요즘 ‘뇌가 터지는 영화’로 회자되는 이유를 평행우주 해석을 통해 들여다본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 포스터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 포스터

영화 정보: 줄거리, 감독, 출연진

제목: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개봉: 2022년 / 미국
감독: 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트 (일명 ‘다니엘스’)
출연: 양자경, 키 호이 콴, 스테파니 수, 제이미 리 커티스, 제임스 홍 외
장르: 액션, SF, 코미디, 드라마, 멀티버스
러닝타임: 약 139분

줄거리 요약: 중국계 미국 이민자 에블린은 남편과 함께 세탁소를 운영하며 고단한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세무 감사 당일, 자신이 무한한 평행우주의 열쇠를 쥔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세계에서의 자아들과 연결되고, 복잡한 선택과 가능성 속에서 자신과 가족의 존재 이유를 다시 묻는다. 영화는 기묘하고 황당한 세계들을 넘나들며, 결국 가장 본질적인 질문, “지금의 나와 삶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던진다.

해석의 혼돈: 현실 같지만 현실이 아닌 세계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A24에서 제작한 독립영화지만, 흥행과 비평 양쪽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 영화는 멀티버스를 배경으로 펼쳐지지만, 마블 유니버스 같은 정형화된 액션물이 아니다. 오히려 혼란 그 자체를 영화화한 실험적 시도에 가깝다.

주인공 에블린은 세탁소를 운영하는 평범한 이민자 여성이다. 그러나 세금 문제로 국세청을 방문한 순간, 자신이 수많은 평행우주의 분기점에 서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문제는 그 우주들이 너무나 다양하고 무의미한 방식으로 확장된다는 것이다. 핫도그 손가락을 가진 우주, 바위로 존재하는 우주, 셰프 라쿤이 등장하는 우주 등... 이 모든 설정은 관객의 상식과 해석 능력을 무력화시킨다.

감독은 영화가 어렵게 느껴지도록 설계했다. 의도적으로 내러티브를 파편화하고, 현실성과 환상을 구분하기 어렵게 만들며, 관객을 “이게 무슨 얘기지?”라는 상태에 머물게 한다. 하지만 그 안에 숨겨진 핵심은 단순하다. 바로 ‘혼란 속에서도 사랑은 존재할 수 있다’는 메시지다.

평행우주: 이론의 확장 vs 감정의 응축

‘에브리씽 올앳원스’가 다루는 평행우주 이론은 단순한 SF 설정이 아니다. 양자역학의 ‘다세계 해석(Many Worlds Interpretation)’을 영화적으로 풀어낸 것이며, 관객에게 “모든 선택은 또 다른 우주를 만든다”는 사고 실험을 체험시키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과학적 설명에 집착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론을 감정의 그릇으로 사용한다.

에블린은 무한한 가능성 속에서 점점 피로해진다. 모든 삶을 동시에 체험하는 순간, "아무 의미도 없는 것 같다"는 허무주의에 빠진다. 딸 조이(조부 투바키)는 바로 이 감정의 화신이다. 그녀는 모든 것을 이해한 후, 베이글이라는 ‘무’의 상징 속으로 들어가고자 한다.

평행우주는 이 영화에서 단순한 세계관이 아니라, 우리의 삶이 얼마나 복잡하고 결정 불가능한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이다. 현실에서 선택의 갈림길에 선 수많은 사람들—학생, 부모, 이민자, 직장인—모두가 에블린일 수 있다. 그리고 영화는 그 모든 복잡한 가능성 속에서도 “지금의 나”를 선택할 수 있다는 감정적 선택지를 제시한다.

감정의 대폭발: 사랑, 고통, 그리고 받아들임

이 영화가 진짜로 ‘뇌가 터지는 영화’로 불리는 이유는, 단순히 전개가 복잡해서가 아니다. 그 안에 담긴 감정선의 폭발력이 너무나 강렬하기 때문이다. 주인공 에블린은 수많은 우주를 넘나들며 자신이 잃어버린 감정, 무시했던 가족, 스스로에 대한 자책과 화해한다. 그리고 가장 중심에는 ‘딸과의 관계’라는 감정의 축이 자리 잡고 있다.

딸 조이는 모든 우주의 의미를 이해한 뒤, 아무것도 의미 없는 상태로 빠져든다. 그러나 에블린은 그녀를 향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와 함께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 장면은 단순한 모녀 화해가 아니라, 허무주의에 대한 따뜻한 저항이다.

또한, 남편 웨이먼드의 캐릭터는 영화의 또 다른 핵심 감정선이다. 그는 모든 우주에서 “친절을 무기로 삼는다”는 인물로 그려진다. 폭력이 아닌, 이해와 공감으로 세계를 바꾸고자 하는 웨이먼드의 대사는 평행우주의 대혼란 속에서도 감정의 중심을 잡아주는 축이 된다.

혼란 속에 피어나는 감정의 우주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는 해석하기 어려운 영화이지만, 느끼기에는 어렵지 않다. 수많은 우주와 가능성이 혼재된 세계 속에서, 결국 우리를 붙잡는 건 인간 사이의 감정이다. 평행우주는 복잡하지만, 사랑과 이해는 단순하다는 이 작품의 역설은 그 자체로 큰 울림을 준다. 당신이 지금 혼란스럽다면, 이 영화가 딱이다. 뇌가 터질 만큼 복잡하지만, 마음은 단단히 껴안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