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는 뇌과학자인 질 볼트 테일러가 본인의 뇌졸중 경험을 바탕으로 쓴 회고록입니다. 단순한 의학적 체험기가 아니라, 감정과 뇌의 작용, 자아와 의식의 본질을 탐구하는 심오한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죠.
TED 강연으로도 유명해진 이 책은 “뇌와 감정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새로운 관점을 열어줍니다.
이 책은 감정 기복이 심하거나, 자아와 삶의 의미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분들, 혹은 삶의 전환점을 지나고 있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감정의 뇌: 좌뇌가 멈춘 순간 펼쳐진 세계
질 볼트 테일러는 어느 날 아침, 자신의 왼쪽 뇌(좌뇌)가 기능을 멈추는 충격적인 경험을 합니다. 좌뇌는 논리, 언어, 시간 개념, 자기 인식 등을 담당하는 영역입니다. 반면, 오른쪽 뇌는 감정, 감각, 공감, 순간의 경험과 더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그녀는 말합니다. “나는 나라는 존재가 사라졌고, 오직 평온과 에너지의 흐름만이 존재했다.” 자아가 사라지자, 오히려 세상과 하나 되는 경험이 찾아왔고, 불안과 두려움이 아닌 무한한 평화가 그녀를 감쌌다고 설명합니다.
이 경험은 우리가 흔히 느끼는 감정들—분노, 불안, 초조함—이 좌뇌가 만들어낸 해석이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즉, 감정은 외부 자극이 아니라 뇌의 인식 방식에서 비롯된다는 것. 이 통찰은 감정 조절에 대한 기존 접근을 완전히 뒤집습니다.
의식의 회복: 뇌를 다시 훈련하며 얻은 교훈
테일러는 좌뇌의 기능을 잃고 나서 말하기, 읽기, 숫자 계산, 감정 표현 등 모든 것을 다시 배워야 했습니다. 그 과정은 단순한 재활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의식의 재조립이었습니다.
그녀는 무려 8년간에 걸쳐 서서히 기능을 되찾아가며, 삶과 자아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품게 됩니다.
“나는 어떤 감정을 내 삶에 허용할 것인가?”, “이전의 ‘나’를 다시 만들 것인가, 새로운 ‘나’를 창조할 것인가?”
이 질문은 뇌를 단순한 기관이 아닌, 감정과 자아를 선택적으로 만들어내는 회로로 바라보게 합니다. 그녀는 결국 말합니다. “우리는 감정을 선택할 수 있다.” 감정은 주어진 것이 아니라, 신경 회로의 반복 학습을 통해 ‘선택’ 가능한 것이라는 것입니다.
이 통찰은 많은 독자에게 큰 힘을 줍니다. 감정에 휘둘리는 게 아니라, 감정의 방향을 스스로 정할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그것은 훈련과 인식의 전환으로 가능하다는 사실입니다.
자아 해체: ‘나’는 무엇으로 존재하는가
책에서 가장 강렬한 메시지는 바로 자아 해체의 순간입니다. 왼쪽 뇌가 마비되자, 테일러는 ‘나’라는 인식이 사라지고, 오직 현재의 감각과 존재감만 남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기억도, 이름도, 시간 개념도 없는 상태에서, 그녀는 뜻밖에도 ‘완벽한 평화’를 느낍니다. 이는 자아란 결국 뇌의 특정 기능이 만들어낸 인공적인 개념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 경험은 불교의 무아(無我) 개념이나, 명상 중 몰입 상태, 초월적 의식 체험과도 흡사합니다. 과학과 영성이 만나는 지점에서 그녀는 질문을 던집니다.
“나는 나를 믿는가, 아니면 나를 만들고 있는 뇌를 믿는가?”
자아 해체는 파괴가 아닌 재탄생의 기회였습니다. 그녀는 자신을 다시 만들 수 있는 능력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고 말합니다. 단지 뇌를 훈련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 자아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삶의 회복에 필요한 실마리를 제시합니다.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는 감정, 자아, 삶의 의미, 그리고 의식의 본질을 뇌과학이라는 프레임으로 다시 묻는 책입니다. TED 강연으로도 수천만 명의 공감을 얻은 이 책은 의식의 붕괴와 재구성을 통해 감정의 주인이 되는 길을 보여줍니다.
지금 감정에 휘청이고 있다면, 스스로가 무너지고 있다고 느낀다면, 이 책을 펼쳐보세요.
“감정은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깨달음, 그 단순한 한 문장이 당신의 삶을 다시 세울지도 모릅니다.